[ 장재웅 칼럼 · 탐정 인사이트 ] 성인실종법의 빈틈, 사라진 사람을 찾을 골든타임은 누가 지키는가?

장재웅 법률정보조사원 원장·교수

성인실종법의 빈틈, 사라진 사람을 찾을 골든타임은 누가 지키는가

“성인이 자신의 의지로 사라진 것인지, 위험에 빠져 연락할 수 없는 것인지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린 뒤 판단해야 하는가.”

성인 실종 사건을 들여다볼 때마다 이 질문 앞에서 법과 현실의 거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동이나 치매환자 등과 달리 의사능력이 있는 성인의 잠적에는 사생활과 거주·이동의 자유라는 중요한 권리가 걸려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원칙 때문에 실제 범죄나 사고, 극단적 선택의 위험이 숨어 있는 실종의 초기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성인 실종 문제의 딜레마다.

먼저 ‘성인실종법’이라는 하나의 독립된 법률이 존재한다고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의 실종 대응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경찰의 실종자 수색 관련 규칙과 지침, 위치정보 및 개인정보와 관련된 법제 등 여러 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일반 성인이 연락 두절됐다는 사실만으로 아동이나 치매환자 등의 실종과 똑같은 방식의 강력한 추적 권한이 곧바로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탐정의 시각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다

실종 수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단서가 늘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CCTV 영상은 보존기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고 목격자의 기억은 흐려지며 휴대전화·차량·금융거래 등 생활 흔적의 의미도 시간이 지날수록 분석하기 어려워진다. 실종 직후 몇 시간이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증거가 살아 있는 시간인 이유다.

반대편에는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모든 성인 연락 두절을 위험 실종으로 간주해 국가가 휴대전화 위치, 금융거래, CCTV와 통신 관련 정보를 폭넓게 추적한다면 실종자 수색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개인의 삶을 감시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을 피해 자발적으로 거처를 옮긴 사람이라면 가족에게 소재가 알려지는 것 자체가 새로운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법학에서는 이런 충돌을 결국 기본권의 조정 문제로 바라보게 된다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은 중요하지만, 성인에게는 누구와 연락하고 어디에서 생활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도 있다. 따라서 “가족이 찾아달라고 했으니 찾아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강제적인 정보 접근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초기 대응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만드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실종 직전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거나, 평소와 전혀 다른 행동을 보였거나, 휴대전화와 차량이 비정상적인 장소에서 발견됐거나, 범죄 피해를 의심할 구체적인 사정이 존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성인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실종자의 위험도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하느냐다.

나는 탐정 실무에서 성인 실종 대응의 핵심을 ‘위험도 기반 초기 분류’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 목격 시각, 마지막 통화와 메시지, 평소 생활패턴, 질병과 복용약, 자살 또는 범죄 위험, 차량의 이동, 가족·직장 관계와 같은 요소를 신고 초기에 체계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러 위험 신호가 겹친다면 단순 연락 두절과 같은 선상에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가족이 흔히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성인이 실종됐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에게 그 사람의 위치나 개인정보를 당연히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색을 통해 안전이 확인되는 것과 가족에게 정확한 소재를 공개하는 것은 별개의 법률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종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소재 공개를 제한할 수 있는 절차가 함께 정교해져야 한다

민간조사의 역할 역시 이 경계에서 논의해야 한다

탐정은 공개정보 확인, 주변 탐문, 합법적인 현장조사 등으로 단서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수사기관과 동일한 강제권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위치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거나 개인정보를 부정한 방법으로 수집하는 행위까지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는 이유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경찰과 관계기관, 민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누면서 중요한 단서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예컨대 위험도가 높은 성인 실종에서는 법률상 요건과 통제절차를 갖춘 신속한 정보 확보가 가능해야 하고, 위험성이 낮은 자발적 잠적에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강하게 적용해야 한다. 권한의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이 발동되는 기준을 명확하게 만드는 일이다.

법률적으로도 ‘신속성’과 ‘통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긴급상황에서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는 생명을 구할 시간을 잃게 만들지만, 통제 없는 조회 권한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긴급한 정보 접근에는 구체적인 위험요건을 두고 사후 심사와 기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두 가치를 조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종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어쩌면 “성인이니까 스스로 돌아오겠지”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연락 두절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위험한 한 사건을 초기에 구별하지 못했을 때 그 대가는 되돌릴 수 없다. 반대로 모든 연락 두절자를 잠재적 범죄 피해자로 취급한다면 자유로운 시민의 일상은 국가의 추적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성인 실종 제도의 빈틈은 단순히 사람을 ‘더 쉽게 추적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위험한 실종은 더 빨리 찾아내고, 자발적으로 떠난 성인의 사생활은 더 철저하게 보호하는 두 방향이 동시에 필요하다. 좋은 실종 제도란 많이 추적하는 제도가 아니라, 추적해야 할 순간을 놓치지 않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떠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위험 속에서 사라진 사람에게는 국가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필요하다. 성인 실종을 둘러싼 법의 진짜 과제는 바로 그 두 권리 사이에서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는 정교한 경계선을 만드는 일이다.

/ 장재웅 법률정보조사원 원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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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 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