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웅 칼럼 · 탐정 인사이트 ] 한국 탐정제도, ‘탐정’이라는 이름은 허용됐는데 왜 탐정법은 없는가?

법률정보조사원 의 장재웅 원장 탐문조사 현장사진

한국 탐정제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다

2020년 8월 신용정보법 개정·시행을 계기로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영업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던 장벽은 사라졌다. 그러나 명칭 사용의 길이 열렸다는 사실과 국가가 탐정업을 공인하고 조사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바로 이 간극이 오늘날 한국 탐정산업을 둘러싼 혼란의 출발점이다.

과거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신용정보회사 등이 아닌 자가 ‘정보원’, ‘탐정’ 등 특정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법 개정으로 이러한 명칭 제한이 사라지면서 민간에서 탐정이라는 이름을 내걸 가능성이 확대됐다. 하지만 흔히 말하듯 ‘탐정업이 법적으로 허가됐다’거나 ‘탐정에게 특별한 조사권이 생겼다’고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탐정이라는 명칭의 사용과 탐정 업무에 대한 법적 권한 부여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는 탐정업 전체를 독립적으로 규율하는 이른바 ‘탐정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탐정은 경찰처럼 강제수사를 할 수도 없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도 없다. 탐정이라는 직업 때문에 타인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통신자료·금융정보·개인정보를 임의로 취득할 특별한 권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실제 조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통신비밀보호법, 형법 등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시장에는 이미 탐정이라는 직업과 민간조사 수요가 존재하는데, 누가 어떤 자격으로 어떤 업무를 어떤 절차에 따라 수행해야 하는지 통일적으로 정하는 제도적 틀은 충분하지 않다. 다시 말해 시장이 제도보다 앞서 움직이는 상황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합법적인 사실조사와 과거의 불법 흥신소식 행위를 구별하기 어렵고, 종사자 역시 업무 과정에서 어디까지 조사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법적 경계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탐정법 제정은 쉽지 않은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탐정의 업무가 필연적으로 타인의 사생활과 개인정보에 가까이 접근한다는 점이다. 실종자 소재 확인, 기업 내부 부정행위 조사, 민사분쟁 관련 사실 확인 등에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이 존재한다. 반면 불법 위치추적, 개인정보 거래, 사생활 침해, 스토킹이나 보복을 위한 조사로 변질된다면 탐정업은 오히려 시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탐정에게 일정한 조사권한을 법률로 인정하는 문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무엇을 조사할 수 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절대로 조사해서는 안 되는지도 동시에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격제도만 만들어 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뢰 목적의 적법성 확인, 개인정보 처리기준, 조사기록 관리, 비밀유지 의무, 이해충돌 방지, 불법 의뢰 거절, 피해구제와 감독체계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제도화를 계속 미루는 것이 반드시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적법하게 활동하려는 종사자와 불법적인 정보수집업자를 시민이 구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탐정업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도 탐정에게 무제한의 권한을 주자는데 있어서는 안 된다. 누가,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조사할 수 있으며 이를 어겼을 때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명확하게 만들자는데 있어야 한다.

해외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도 답은 아니다

국가마다 경찰제도와 개인정보 보호 수준, 민간보안산업의 역사, 탐정의 업무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형 탐정제도를 논의한다면 우리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실종·사기·기업비리·민사분쟁 등 공권력이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민간의 사실조사 수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탐정법 논의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조사권 확대’만을 제도화의 목표로 삼는 태도다

좋은 탐정제도는 탐정에게 무엇을 허용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금지하고 어떻게 책임지게 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정한 교육과 자격요건, 결격사유, 업무범위, 금지행위, 개인정보 보호, 손해배상책임, 감독과 징계제도가 함께 마련될 때 비로소 시민도 탐정을 신뢰할 근거를 갖게 된다.

현장에서 만나는 의뢰인들은 법률용어보다 절박한 질문을 먼저 던진다

“억울한데 어떻게 증명해야 합니까?”, “사람을 찾을 방법이 없습니까?”, “증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겁니까?”라는 질문이다. 경찰이나 법원이 모든 개인의 사실확인 요구를 대신해 줄 수는 없다. 바로 그 틈에서 민간조사의 필요성이 생겨난다. 그러나 절박한 사정이 불법적인 조사방법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탐정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화 속 셜록 홈스 같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법을 넘지 않는 절제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그 순간 조사는 또 다른 피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전문 탐정이라면 의뢰인이 원하는 정보를 무조건 찾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제 ‘탐정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미 탐정이라는 명칭 아래 다양한 민간조사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고 관련 수요 역시 존재한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이름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건전한 사실조사 서비스를 어떻게 제도 안으로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탐정법은 탐정에게 특권을 주기 위한 법이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탐정의 권한에 경계를 긋고, 불법조사를 차단하며, 의뢰인과 조사 대상자의 권리를 함께 보호하는 법이어야 한다. ‘탐정’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더 어려운 과제는 그 이름에 걸맞은 책임과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돌아온다

우리는 탐정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탐정제도를 어떻게 만들것인가. 한국형 탐정제도의 미래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장재웅 법률정보조사원 원장 이 남기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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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 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