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웅 칼럼 · 탐정 인사이트 ] 20년간 멈춰 선 공인탐정법, ‘입법 부재’가 초래한 사회적 대가

법률정보조사원 - 장재웅 원장

국회에서 공인탐정제도가 처음 논의에 부쳐진 시점은 1999년 제15대 국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수많은 관련 입법안이 제출되었으나, 상임위원회 장기 계류와 임기 만료에 따른 자동 폐기 수순을 되풀이하며 단 한 차례도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 결과 약 20년에 달하는 장기간의 법적 공백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현장의 문제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사이 민간 영역에서 실재하는 사실조사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다

기업은 영업비밀 유출 및 산업기술 유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민간 조사 서비스를 요청하며, 보험 분야와 개인들 역시 민사상 갈등, 디지털 범죄 피해, 가출·실종자 추적 등에서 전문적인 사실조사 역량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즉,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작동과 관련 수요는 이미 확고히 존재한다. 정작 부재한 것은 이 시장이 정상적이고 투명하게 작동하도록 관리·감독할 국가의 제도적 장치다.

공인탐정법 제정이 표류할 때마다 제시된 주요 반대 논거는 ‘개인정보 남용 및 사생활 침해 우려’였다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우려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제화를 미룬 채 음성적 시장을 그냥 두는 것이 사생활을 지키는 방안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표준화된 자격 요건, 윤리 규정, 국가 감독 체계가 미비한 현 상황이야말로 무자격 업체의 불법 미행이나 불법 정보 수집 행위를 제대로 제지하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위험하기 때문에 입법을 막아야 한다”가 아니라, “위험요인을 통제하기 위해 조속히 법 테두리 안에 두어야 한다”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 전문 직역과의 업역 마찰이나 주무 부처 간 주도권 다툼 역시 입법 지연을 정당화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공인탐정제도는 경찰의 수사권을 양도받거나 변호사의 법률 대리권을 대체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민·상사 사건에서의 수동적 사실확인, 실종자 소재 파악 등 허용 가능한 업무 영역을 법률로 명확히 한정하고, 강제 수사나 불법 정보 수집은 엄격히 금지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경찰청과 법무부 등 관련 부처의 관리·감독 권한 역시 국민의 권익과 인권 보호를 최우선 기준에 두고 효율적으로 분담하면 될 일이다.

이제는 법 제정이 가져올 리스크만 논할 것이 아니라, ‘입법 지연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지불하고 있는 대가’를 정확히 산정해 보아야 한다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은 전문성을 검증할 수 없는 음성적 업체에 의존하다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노출된다. 기업 또한 기술 유출 차단 과정에서 불필요한 법적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공공 치안 기관 역시 민간 자율 영역에서 다룰 수 있는 사실조사 업무까지 부담하면서 중요한 공공 행정력이 소모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공인탐정법은 탐정 업계에 특혜를 부여하는 법안이 아니다

금지 행위의 경계를 엄격히 설정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징계와 자격 박탈 조치를 명시하여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소비자 보호법’이자 ‘시장 규율 법안’에 가깝다. 지난 20년간 발생한 국민적 불편과 사회적 손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이제 도입 유무를 둘러싼 원론적 대립을 마무리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안 심의와 제도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법률 지식이 곧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되는 사회를 위해, 유익한 정보와 깊이 있는 시선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 장재웅 법률정보조사원 원장·교수

원문 출처: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 이훈 기자